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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홍세화
6월 14일 3주간의 일정으로 20년만에 고국 땅을 밟는 저자 홍세화씨. 오랜 세월 파리에서 '에트랑제'(프랑스어로 이방인이란 뜻)로 살아온 그가 최근 펴낸 의 앞머리에는 고국을 그리는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회정의는 질서에 우선한다'
한국사회는 '국가안보·사회질서'가 사회정의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우선한다


프랑스에서 '사회정의는 질서에 우선한다'라는 화두는 끊임없이 등장한다. 알베르 카뮈가 처음 선언한 뒤로 지금 이 시간에도 예컨대,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주필 이냐시오 라모네는 줄기차게 이 화두를 붙잡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체제는 기존인 까닭에 질서의 이름으로 사회정의를 무시하려는 관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사회정의가 질서에 우선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재확인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정체되거나 퇴행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1981년 프랑수아 미테랑이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사회정의가 없는 곳엔 질서도 안보도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한국사회와 프랑스 사회의 차이점 중에서 다 한 가지만 말하라고 한다면,'프랑스 사회는 사회정의가 질서(안보)에 우선하는데,한국사회는 질서(안보)가 사회정의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우선한다'고 말할 것이다.한국 사회나 프랑스사회나 기득권층과 비기득권층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그런데 두 사회가 이처럼 서로 다른 까닭은,프랑스의 기득권층 중에는 정치적 신념으로 자신의 계급적,계층적 이해관계를 떠나 사회정의를 택하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에 한국에선 거꾸로 비기득권층 중에서 질서(안보)를 택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도 말할 수있다.

이와같은 산술 역학적 구도에서 보면,한국의 기득권층이 분단상황을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있다.안보를 강조함으로써 비기득권층에게 기득권층을 따르도록하는 것이다.최근에 불었던 각종 바람(총풍,북풍,황풍...)들이 비근한 예에 속한다.여기서 우리는 사회정의를 이룩하는 데 분단상태가 중대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문 중에서